[천지인 칼럼] 단순함 속에 깃 든 놀라운 효용(效用)

천지인 승인 2024.05.11 16:55 의견 0
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단순함 속에 깃 든 놀라운 효용(效用)

요즈음은 선풍기와 냉방기의 보급으로 부채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가끔은 멋들어지게 합죽선을 펼치며 멋과 운치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화(書畵)한 폭이 쓰여진 부채를 부칠 때 나는 바람은 시원함에 앞서 분명히 다른 멋이 있다

합죽선(접는 부채)은 더워서 부채질 할 때뿐만 아니라 참으로 효용성이 많다.

부채의 다양한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한갓 더위 쫓는 도구로만 생각된 탓에 소외되어 안타깝다.

부채의 여덟 가지 쓰임새를 일컬어 특히 팔덕선(八德扇)이라 하였다.

그리고 여덟 가지 정도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해서 팔용선(八用扇)이라고도 한다.

합죽선의 용도를 한번 알아보자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판소리에 부채 하나로 멋지게 효과를 살린다.

펼치면 책이 되었다가 접으면 칼이 되는 것이 소리판의 부채의 역할이다.

줄타기를 할 때에도 부채를 펼쳤다 오므렸다 하면서 균형을 잡았다.

굿을 할 때 무당들은 부채를 펼쳐들고 휘두르면서 잡귀를 몰아내기도 한다.

또한 화가나 서예가들에게는 부채가 그들의 예술적 장조력을 표현하는 훌륭한 화선지이다.

거기에는 시(詩)가 있고 그림(扇面畵)이 있고 글씨가 있다.

위에 열거한 용도 외에도 파리와 모기 등을 쫓고, 덮개로도 쓰며, 햇빛을 가릴 수 있고,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며, 사나운 개를 만나면 호신용으로 쓰일 수 있고,

설명할 때나 방향을 가르키는 지시봉으로도 활용하며, 등이 가려우면 등 긁는 효자손으로,

보기 싫은 사람 만나면 자신의 얼굴을 가릴 때도 쓰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합죽선 하나로 시원함은 물론, 일상생활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보자기도 그 효용성으로 따져보자면 무척 많다.

바람 불 때 머리에 쓰고, 목에도 두르고, 물건을 덮기도 하고, 다치면 묶어주는 지혈대로도 쓰이며, 앞치마 구실을 하기도 한다.

옛날에 가방대신 책보자기에 싸서 허리에 차거나 어깨에 둘러메었다.

요즈음의 어지간한 가방은 물건을 담는 용도하나밖에 없건만 만약 배가 부른 항아리를 일반가방에 넣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보자기에는 끝마디 각각 묶어서 들기 좋은 손잡이까지 생긴다.

그리고 짐이 없을 때 요즈음 가방은 그 자체만으로 짐이 되지만 보자기는 새로운 임무를 위해 쓰여진다.

우리의 선조들은 얼마나 다목적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했는가를 느낄 수 있다.

문명은 과연 좋은 것만 있는 것일까?

요즈음 물질적으로 우선 느끼기에 편리함의 극치를 누리고 있는 듯 하나 불필요한 낭비와 비효율로 환경오염과 자연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상의 것은 항상 가장 단순해지는데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 합 장 -

[사진=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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