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칼럼] 지식이란 무엇일까? -3 정보의 편집력

천지인 승인 2024.02.18 20:27 의견 0
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지식이란 무엇일까? -3 정보의 편집력

얼마만큼 많이 암기하고 있는가를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던 시기가 있었다.

원본과 똑같이 기억할수로그 기억력의 수준이 높은 것이었지만 이제 원본과 같게 기억한다는 것은 퇴색하고 있다.

인간은 정보를 저장하고 보관하고 이동하는 능력에서는 컴퓨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의 전달 방식도 바뀌어 이제까지 텍스트로 문서화된 것이 지식의 유일한 존재 방식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검색으로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는 정보들을 연결해서 자신만의 지식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정보와 지식은 서로 다른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정보량 급증이 ‘교육이나 경험, 또는 연구를 통해 얻은 체계화된 인식의 총체’인 지식의 습득을 방해하게 되면서 우리의 지능인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능력’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뛰어난 검색엔진은 누구나 무엇을 물어보든 관계없이 항상 답이 있기 때문이지만, 제대로 된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도 정작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이제 신뢰할만한 정보라던가 짧게 요약되어 있지만 전체를 함축한다거나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정보를 요구하게 된다.

결국 모든 정보를 다룰 수 없으므로 정보를 적당히 줄여서 자신의 생각을 가미하게 된다.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 결국 편집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며 적절한 망각은 창조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므로 21세기는 지식의 총량에 비하면 개인 간 지식의 차이는 극히 미미할 뿐이기에, 얼마나 많이 아는가 하는 지식은 무의미하다.

지식은 다양한 정보에 기반하여 찾아진 규칙이며, 이러한 지식을 통해 자료와 정보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고 원칙이나 법칙을 공식화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며, 지식의 경우에도 현재의 기술들을 이미 인간보다 더 뛰어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화 하므로 오히려 전문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을 앞지르고 있다.

여러가지 지식에서 추출된 지적 신념이 일상화되지 않고서는 지식 본래의 기능을 다할수 없다.

지식의 ‘습득’보다는 지식의 ‘편집’을 통한 ‘활용’이 더욱 중요해진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도구를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므로 기억력의 시대를 지나서 이제 편집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현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의 각종 UCC를 검색해보면 웬만한 학술자료는 다 찾아낼 수 있다.

제한된 지식 권력 수단이었던 사진, 동영상 기기들을 초등학생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이들 매체들은 내가 받아들일 때 오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검증과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반성이 따라야 하고 그런 검증과 반성을 통해서 스스로의 앎과 판단에 대한 믿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일상을, 매일 생활하는 바탕에 깔려 있을 때 지식은 비로소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인공지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똑똑해져 이번 세기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똑똑해 질 수 있다.”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최된 ‘세계인터넷대회’에 참석한 애플 CEO 팀 쿡이 기조연설을 통해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처럼 생각하는 것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은 기계처럼 단순함을 넘어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인식론 철학의 대가인 코네티컷대학교 마이클 린치 교수는 ‘인간인터넷'이라는 저서를 통해 “정보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정보 ‘과부하’ 상태에 빠졌다고 흔히 이야기했다.

여전히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에 압도당한다는 것을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디지털 데이터는 더 이상 우리를 익사시키는 정보 홍수가 아니다 우리는 수중 생활에 적응하고 있고, 디지털 인간이 됨으로써 정보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식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이해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기기 위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미래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기에, 학력보다는 학습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많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정보를 새롭게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지식이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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