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문주 통신원] 광안리 해변과 메타버스 세계

강문주 기자 승인 2024.02.02 06:32 의견 1
강문주 통신원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강문주 통신원] <광안리 해변과 메타버스 세계>

쉬려던 토요일 어쩌다 일을 하게 되고 귀가하던 중이었습니다. 해운대 달맞이길로 가는 모든 길이 막혔던 순간처럼, 오는 저녁 광안리 해변은 코로나로 외로웠던 것들을 모두 지울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새해 들어 새로 바뀐 광안대교 미디어 쇼와 하늘의 드론 쇼는 어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해변에 내가 살고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광안리 포구에 솜사탕 아저씨가 두 명 있던 시절부터 88올림픽 이후까지 광안리는 부산에서 가장 화려한 해변으로 변했어요. 현재 광안리 해변은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와 9시에 두 번의 화려한 쇼가 있습니다. 겨울철(10월~2월)이 지나면 여름철(3월~9월)에는 저녁 8시와 10시에 시작됩니다. 혼자 보기도 좋고 함께 보기도 좋은 드론 쇼는 결국 매주 토요일 광안리 해변이 겨울 해변답지 않게 사람들로 가득 차게 만들고 있습니다.

광안대교[사진=강문주]
광안리 드론쑈[사진=강문주]
광안리 해변 [사진=강문주]


나이가 들면서 고향 집이 사라지고 자란 동네가 재개발로 모양을 거의 다 바꾸자, 동생들과 튜브를 매고 수영하러 다니던 광안리 해변이 그나마 어릴 적 기억에 가까워, 얼마 전 이십여 년 만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해변을 걸으며 운동을 하겠다는 당찬 계획이었죠. 15년 하던 일도 잠시 멈출 수 있어 인생을 잠시 멈춰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앞 동 아파트 내에 한 전시공간이 있고 때마침 관심을 기울이던 메타버스 분야의 전시가 작년 추석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거기서 이동재 작가와 김문정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두 번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을 다시 찾아가 김문정 작가의 작업이 본격적으로 들어간 메타버스 공간작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산 작가분들과 전시 안내를 받아 내용을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달맞이길에 있는 ‘빌리 버거’에서 치즈버거를 기다리는 동안 첫 전시 “서울, 그 신화의 구조” 안내서를 읽게 됩니다. 24년간 사랑했지만 있을 자리 하나 내어주지 않는 서울이 서운해서 떠났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들은 연고 없는 진주로 가서 진짜 진주성을 메타버스에 짓고 거기에 작품으로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내가 해운대를 떠날 때 느꼈던, 내가 이십 대 때 일을 마치고 산 위까지 켜진 불을 보며 느꼈던 내가 자란 이곳에서 나를 반겨주고 나를 기억하고 나를 품어줄 편한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생각했던 순간을 그들도 말하고 있더군요.

서울 삼성동 사는 사람이 부산에 와서 숨 쉴 곳을 찾고, 또 다른 서울내기들이 진주로 가고, 그러나 부산에서 내내 살던 사람은 이곳에서 안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더군요. 사오십쯤 먹은 사람들이 말이죠. 그럼 누가 진짜 평안하고 안정된 것일까요.

작가란 참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서슴없이 하다니요. 이렇게 솔직하다니요. 무섭지 않을까요. 그들은 소리를 내어 ‘자신’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동재, 김문정 작가를 통해 새로운 세상 메타버스 세상을 친절히 경험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습니다. 메타버스에서 만난 것은 사람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코로나 내내 지은 세계라고 했습니다. 거기서도 만든 게 사람 이야기였어요. 좋건 혹은 나쁘건 말입니다.

코로나 시절이 지난 지금 광안리 해변과 그 해변 끝에서 살던 곳을 떠나 지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발견한 것은 ‘우리’입니다. 대단한 경제발전과 세계화를 향해 달리느라 다 버리고 이것저것 남겨놓지 못한 우리에게 남은 건, 우리가 혼자 살아가지 못하고 함께 지내야 더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 해변에는 삼삼오오 젊은 세대들이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토요일 저녁이 되면 드론 쇼를 핑계로 모여 함께 그걸 보고 즐기고 있거든요.

나라를 잃고 전쟁을 치르고 한을 품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의 한국이 된 우리가 도달한 곳에서 새로운 세대들은 함께 어울리고 즐거워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갈등을 예술로 승화해서 다루고 해소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평화로운 문화입니다. 김문정 작가가 다루는 세상의 이야기는 어떤 것보다 직접적이고 어떤 면에서 간접적입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그래서 예술이라고 합니다.

[사진=강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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