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영 문학산책] 온 가슴이 베인 날

문혜영 승인 2023.12.09 09:34 의견 0
문혜영 시인,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문혜영 문학산책] 온가슴이 베인 날 / 문혜영

서울 벗어나 여기 산촌으로 이사 온 뒤

다람쥐처럼 오가던 산책로였건만

어머니 떠나보낸 후

산길 초입에서 만나는

어느 망자의 묘지를

그냥 덤덤히 지나치지 못해

발길 끊었던 백석고갯길

뻐꾸기 울은 때문이었나

몇 년 만에 이 산길로 나를 부른 목소리

뻐꾹 뻐꾹

아 어머니!

길섶 따라 지천으로 피어 있는 찔레꽃이

하얀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아가야, 오랜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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