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호서대학교 명예교수 [사진=더코리아저널]


[이기영 기고] 당뇨의 섬 미크로네시아, 비만의 나라 한 국

세계적 관광지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미크로네시아는 성인의 90 퍼센트가 비만 환자로 비만율이 세계 2위이고, 성인의 70~80 퍼센트가 당뇨병으로 고통받아 비정상적인 신체 변화로 많은 영양학자 들이 주목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통치령이 되면서 식생활도 미국식으로 바뀌자 집단적인 대사병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는 육류 및 당류를 과도하게 섭취하게 만든다. 이 결과 미네랄, 비타민,항산화제인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 등 영양소의 부족과 과도한 에너지원 때문에 인체 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신진대사가 저해돼 비만, 당뇨, 고혈압과 이로 인한 각종뇌혈관 질환을 초래한다.

미크로네시아의 사람들은 자루처럼 생긴 통옷을 입은 고도비만으로 인한 거구의 몸에 발을 절룩거리거나 한쪽발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말 지옥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원주민들은 아직도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뇨 환자들은 상처를 입어도 잘 낫지 않아 발을 절단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혈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문제를 일으키는 당뇨병은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증’,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족부궤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킨다.

비만의 제국 미국에서 시작된 건강·기후위기1990년대 이후 미국이 금융자본을 독점하면서 확산된 세계화는 전 세계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나쁜 음식을 수출해 세계인들의 건강·기후위기를 초래해 인류문명의 붕괴를 촉진시키고 있다. 미국의 맥도널드나 피자헛같은 식품대기업들은 햄버거,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와 콜라를 세계 도처에 퍼뜨리면서 전통 식생활을 파괴하고, 소를 방목하기 위해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하는 열대우림같은 거대한 숲까지 파헤쳐왔다.

나무를 베어내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흡수가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흙 속의 유기물질들이 산화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므로 지구온난화를 더 악화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소들은 혐기성 미생물이 사는 되새김위를 갖고있어 입으로 메탄가스를 뿜어내므로 2중, 3중으로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킨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3배나 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온난화 기체이다. 실제로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66%나 기여하는 이산화탄소에 이어 2위로 15퍼센트나 기여하고 있다.

저명한 국제 환경연구소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에서 발행되는 잡지가 가축과 기후변화를 특집으로 다룬 바 있다. 세계은행그룹의 수석 환경 고문을 지냈던 로버트 굿랜드(Robert Goodlan)박사는 가축 생산과 육류 및 육가공품 제조과정이 인간에 의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을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이미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가축의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에서 발표한 18%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수치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교통 분야의 세계 온실가스 배출기여도인 13%보다 훨씬 높다. 굿랜드박사는 식량농업기구 연구가 놓쳤거나 과소평가하고 잘못 분류된 부분을 포함시켰다. ‘가축의긴 그림자’는 비료 생산부터 사료 생산, 가축사육, 도살, 육류의 가공과 냉동 수송까지 포함해 다뤘다. 이에 따르면 축산업은 인간이 유발한 이산화탄소의 9%, 메탄의 37%, 아산화질소의 67%를 배출한다.

그러나 축산업에서 야기되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의 원인은 토질 저하이며 기후변화, 공기오염, 물 부족, 수질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문제를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 당시 식량농업기구에서는 축산업이 매년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의 18%에 해당하는 총 75억1천6백만 톤의 가스를 배출한다고 추산했지만 굿랜드 박사는 매년 325억 6천4백만 톤 이상으로 계산했다. 식량농업기구가 다루지 않은 배출 요인들로는 가축의 호흡 및 가축 사육을 위해 필요한 나무와 숲의 벌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그리고 일부 과소평가된 메탄가스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축호흡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무려 88억 톤이나 된다. ‘가축의 긴 그림자’에서 호흡을 제외했으나 이를 반박한 것이다.

1770년대에 육지의 약 5%였던 목초지가2000년 이후엔 무려 27%로 증가했고 반대로이 시기에 삼림지는 거의 같은 비율로 줄어들면서 1,770년대 지구의 약 5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지금도 매년 남한 크기 규모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햄버거 1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2.5평의 땅이 소모되며 비프스테이크 1인분을 만들기위해 깨끗한 물에 소가 방출하는 분뇨는 16kg이나 된다.

또한 굿랜드 박사는 식량농업기구가 가축을 키우기 위해 수백 년간 인류가 자행한 산림 벌채와 토지사용 전환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과소평가했다고 우려했다. 우림에서 나무를 잘라내고 태울 때 헥타르당 200톤 이상의 탄소가 방출된다. 육식에 의한 식물 속의탄소와 이산화탄소 처리는 벌목한 나무들의 탄소 저장 및 흡수 능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 가축의 호흡을 총 축산업의 배출 부분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는 아마존 우림의 파괴 등 축산관련 토지 사용 변화를 일부 포함하지만 토지 사용 변화와 관련한 배출을 폭 넓게 다루지 않았다.

한편, 완전채식을 위한 비건 유기농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켜 식량 생산과 토지 사용에 훨씬 효과적이다. 만일 세계의 모든 사람 들이 육식을 버리고 완전 채식으로 식생활을 바꾼다면 축산 농지엔 다시 나무를 심거나 야생상태로 돌릴 수 있어 새로운 초목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은 ‘식단변화의 기후적 이점’이란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 완화 비용 절감을 결정하는 3가지 식단을 가정해 시나리오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만일 세계인들이 육식을 버리고 완전채식을 선택한다면 기후변화 해결 비용의 80%가 줄어들고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멸망의 위협에서 해방될 수 있다.

미국은 1인당 석유 소비량이 세계평균의 10배 이상으로, 지구상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면서도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인 교토의정서에는 서명하지 않아 비난을 받은바 있다.

결국 지구의 환경을 파괴시키는 비만과 환경파괴의 제국인 셈이다. 원래 미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은 섬에서 자생하는 코코넛, 빵나무 열매, 바나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살았다. 그러나 1947년 이후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으면서 버터, 설탕, 통조림 고기와 콜라 위주로 식생활이 바뀌었고 동네마다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이 생겼다. 원주민들은 달고 기름진 음식에 빠져들었다. 비만 환자가 늘어나고 당뇨병도 증가했다.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염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레지스틴이라는 물질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비만 환자들이 쉽게 당뇨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만은 바로 당뇨로 이어진다.

비만의 나라 한국, 시력저하까지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미크로네시아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와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로 미국에서 물밀 듯이 들어온 햄버거, 피자,치킨, 도넛 가게들이 도심지마다 즐비하게 들어섰다. 또한 과외 공부나 컴퓨터 게임 때문에 활동량이 부족해진 아이들은 비만과 소아당뇨에 무방비한 상태다.

2022년 교육부가 공개한 초중고생 신체발달 상황 및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과체중 학생 비율은 11.8%, 비만 학생 비율은 18.7%로 과체중· 비만 학생 비율은 총 30.5%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로 매우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대한당뇨병

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명으로 2010년 당뇨병 환자수가 312만명으로 두배로 늘어났고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전당뇨를 포함할 경우 1300만명대에 이르고 있어 전 인구의 3분의1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인한 시력저하

옛 자료를 검색하다가 88올림픽 관련 기사를 보니 독일 선수들이 식사 후 마그네슘 타블렛을 먹는 것을 보고 기자들이 원인을 물었다.

독일인들은 주로 흰 빵을 먹는 미국과는 달리시커먼 통밀빵을 먹는데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대신 마그네슘과 항산화제 타블렛을 먹어야 근육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고 보니 1960년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독일에 간호사로 갔던 누님이 몇 년 만에 한 번씩 한국에 올 때도 꼭 마그네슘과 항산화제 타블렛을 가져와 나눠주었다. 물에 녹여 먹으면 콜라처럼 탄산가스가 나와 신기하게 귀한 음료처럼 마시던 생각이 난다.

한국인들은 흰 밀가루나 흰 쌀을 재료로 만든 음식을 주로 먹어 특히 마그네슘이 부족해 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혈중 마그네슘 농도가 급격히 저하된다. 이에 따라 인체 근육의 이완기능이 약화 돼 근육통은 물론 장기의 기능저하로 변비, 역류성 식도염, 심방세동은 물론 시력저하까지 초래된다. 게다가 마그네슘 부족에 의한 에너지 대사 장해로 비만, 당뇨, 고혈압과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고혈압의 경우도 혈관에 콜레스테롤이나 칼슘염이 쌓여 생기지만 혈관근육의 기능 저하로 더 심화될 수 있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0.7 이하 근시율이 80% 전후 수준인데 반해 흰 빵을 멀리하고 검은 통밀빵을 주로 먹은 독일인들은 겨우 10%대이다. 가공식품은 과대 가공해 식이섬유나 미네랄 등 영양소가 없는 칼로리뿐인 쌀, 밀가루, 설탕 등 하얀 식품재료와 보존료 등 각종 화학첨가물 들을 이용해 만든 영양소가 텅빈 유해 음식이다. 한 국립암쎈터 전문의는 가공식품이 담배보다도 더 해롭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날씬해지려면 매일 한식을 먹어라

서양 음식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에는 비만이 거의 없었다. 1970년대 초반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뚱뚱한 아이가 딱 한 명 있었는데, 도시락 반찬으로 소시지를 싸 오는 부잣집아이였다. 당시 햄이나 소시지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귀한 음식이었고, 나는 한 조각이라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 녀석은 자랑만 하고 급우들과 나눠먹질 않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가공식품은 어디에서나 싸게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성인비만율이 미국보다 더 높아졌다는 믿기 어려운 조사 결과가 보도됐다.

다이어트 컨설팅 그룹 <쥬비스>의 조성경 대표는 한식다이어트 전도사다. 평소에 한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이어트가 된다는 것이다. 이 회사 부설 비만 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여대생들의 외식 성향과 체중을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학생들은 과체중 그룹에 들었고, 한식을 즐겨 먹는 학생들은 대부분 정상이나 저체중이었다. 한식을 먹는 식습관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진 것이다. 한식은 칼로리가높은 음식도 결과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므로 다이어트에 한식만한 음식은 없다.

김치 등 야채가 많은 한식을 먹으면 풍부한 미네랄과 식이섬유 덕분에 에너지대사가 촉진되어 당분이 지방으로 쌓이지 않고 분해되면서 열이 생기기 때문에 몸이 따뜻해진다. 한식은 채소 함량이 세계 평균의 2배이며, 생으로 무치거나 혹시 설사를 하는 등 부작용이 있으면 살짝 데쳐 먹으면 좋다. 발효시키는 등 열을 거의 가하지 않고 조리하는 음식이 많아 비타민 이나 미네랄, 식이섬유가 그대로 살아있다. 가공을 하더라도 살아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식품이 많다. 발효식품은 미생물의 대사산물로 인해 각종 생리활성 펩타이드와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만들어져 영양가가 더 높고 소화도 잘 된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한식당의 김치는 중국에서 수입해온 경우가 많아 새우나 까나리 등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과 마늘, 나물, 향신료들을 첨가해 풍부한 맛과 영양을 가진 우리 여인네 들이 직접 만든 김치 손맛을 느낄 수가 없다. 한식하면 김치맛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경제성을 이유로 외면되고 있어 한식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김치문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100가지가 넘은 우리의 다양한 김치에 자부심을 갖고 전통적이 다양한 맛을 되찾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식은 대부분 기름에 튀기고 달게 만들어 재료 고유의 맛과 향기가 사라진 중식이나 동남아시아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의 전통적 자연철학인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상생(相生)의 정신이 음식문화에도 깃들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우리의 한식문화는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가정에서 전통적인 한식 위주의 식문화와 식생활습관을 되찾아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과 당뇨의 악순 환을 끊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는 등 음식을 확실히 가려 먹어야 하겠지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시간이 없으면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30분 정도씩 걸어보자. 생활속의 운동으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 보자. 집안의 리모컨을 모두 치우고 컴퓨터 사용 시간도 일주일에 두세 시간으로 제한하자. 건강한 생활습관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