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환경지킴이, 식품영양학 호서대명예교수 [사진=더코리아저널]

[이기영 칼럼] 태양광 발전 시설확산으로 설화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갑자기 서울 아파트를 팔고 가족들을 아산의 설화산 속으로 불러와 산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물론 난 환경운동가로서 신재생에너지만이 기후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산의 나무를 잘라내 숲을 손상시키면서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설화산 자연인 생활이 좋아 텃밭과 정원을 일구며 지금도 산속에 살고 있다. 텃밭에 상추나 바질 등 야채나 다양한 허브 종류를 심어 먹고 살지만 특히 농약 한 방울 안 치고 기른 고추를 말려 방앗간에서 빻아 매년 10킬로가 넘은 고춧가루를 수확해 친척들까지 나눠주는 일은 스스로도 참으로 기특하다. 뿐만이 아니라 아내가 직접 고추장과 된장, 간장까지 담아 장독대에는 꽉 찬 독이 꽤 많다. 가끔 부부 동반해 오는 손님 들에게 장독대에서 발효되고 있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퍼드리면 너무 맛있다고 행복해 한다.

더구나 하향주, 석탄주, 송순주 등 아내가 5년 이상 전통주 명인에게 배워 맛과 향기가 서로 다른 색색의 우리 전래 막걸리들을 방에서 발효시켜 지인들과 함께 마시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설화산 자연과 함께하는 이 큰 행복을 돈을 더 벌기 위해 결코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난 태어나 복권 한 장 산일이 없다. 이유는 자존감이 상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이 들어오길 바라는 생각은 검소한 삶을 모토로 한 선비정신에 어긋난다. 어린 시절부터 종가집 종손으로 가정 교육으로 소학을 중시한 선비 집안의 어머님과 성령대군파 왕족 아버님의 훈육으로 그리되었다지만 심지어는 주식조차 한 장 산 일 없다. 혹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어이없는 짓이라고 비웃겠지만 나에겐 아직도 심각한 일이다.

물론 주거목적 외에 아파트값이 오르길 기대하면서 은행 빚내 강남으로 이사 가고자 생각조차 한 일도 없었다. 평소에 흠모하던 세종대왕의 오른팔 청백리 고불 맹사성 고택이 있는 아름다운 설화산을 지키려 산속으로 들어와 살고 있으니 그저 교수 월급만으로 사느라 모은 재산도 연금 외엔 변변치 않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말은 ‘지금 내가 살고있는 자연 속의 지금 이 시간 바로 이곳이 내겐 가장 소중하고 하루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란 말뿐이다. 지난 1월 가톨릭 문인회 총회에서 건강특강을 요청받아 천년초를 홍익초라고 소개하면서 홍익정신을 담은 ‘꽃이 피다니’란 시를 공개했다.

그러자 허형만 이사장을 비롯한 다수의 시인 들이 시가 참 좋다며 바로 계간학국시학 봄호에 추천해 신인상을 받아 졸지에 등단 시인이 되었다. 그동안 SNS를 통해 자연사랑 및 환경보호를 담은 시와 노래들을 발표해 왔다. 몇몇 이름있는 시인 들이 추천해 시집을 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사양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등단하게 되다니 그야말로 마음을 움직이는 ‘양자의 힘’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

외암리 민속촌이 있는 아산 설화산 주변엔 유기농업을 하면서 공동으로 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어 먹을거리 사업을 하는 건강·행복 선진 시골 마을이 있다. 이들은 20여 년 전 혁신학교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던 아산의 거산초등학교 출신들이거나 그 가족들이 모이면서 학교 주변에 농사를 짓는 유기농 마을을 이루고 ‘고랑이랑’이란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각종 유기농 제품들을 사업화시켰다. 우리 집 텃밭에도 토마토와 딸기를 심지만 많이 필요할 때는 직접 근처 농장에 가서 상자로 구입해 잼도 만들고 스파게티용 파스타도 만든다.

텃밭에서 기른 야채나 유기농 로컬푸드 들을 먹어서 그런지 식구들 아무도 코로나에 안 결렸고 어지간해선 겨울에 감기도 거의 없이 그냥 지나간다. 이 유기농 마을운동으로 외암리 민속촌 근처에 ‘공간해유’란 광장이 있는 큰 모임터가 조성되었는데 가끔 음악회 등 문화공연을 하고 그 안에 유기농 식당이나 카페, 유기농 식자재를 파는 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호서대와 이 유기농 마을을 연결시켜 좋은 교육환경과 건강환경으로 전국에서 생명 벤처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스타트업 마을 사업을 기획 중이다.​

미국식 식생활을 따른 한국인의 건강비극

한국은 대장암 유병율 OECD 1위, 유방암 증가율 세계 1위, 당뇨는 10년 만에 두 배로 급증해 가히 세계적인 건강 불량 국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누구 하나 이런 사실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정부는 아예 언급을 금기시하는 모양새다. 최근 란셋 소화기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와 50세 사이의 젊은 연령에서 인구 10만 명당 대장암 발생률이 우리나라가 12.9명으로 세계 1위라고 한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주로 50대 이상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이 50세 이전의 젊은 세대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세계 1위란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고 우울증이 주원인이다. 50여 년 전 30세 이상 성인에서 1.5%에 불과했던 당뇨 유병률도 30여년 전에는 7.2%, 2020년 16.7%로 급증했다.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갖고 있고 10명 중 4명(44.3%)이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한다. 게다가 최근엔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몇 년 사이에 비만율이 남 42%에서 48%로, 여자는 25에서 28%로 늘었다.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

다들 마그네슘이 부족해 생기는 질병이란 사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근육이 제 기능을 잃고 대사증후군이 심해지면서 혈관, 복부 등 인체 조직 곳곳에 지방이 쌓인다. 가장 결정적인 비교는 통밀빵을 먹는 독일 학생들의 0.7이하 근시가 10%부근인 반면, 백미, 흰밀가루, 정제식용유, 백설탕을 주로 먹는 한국은 무려 80%를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왜 국가가 이를 외면하는가?

국민건강이 걱정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약 30%가 만성질환자이고 편의점 가듯 병원을 찾아 외래 진료건수는 OECD 평균의 무려 7배인데도 이 모양이니 의사들 배만 불리고 있나 보다. 한국의 암 치료율은 미국보다도 높아 각종 암을 치료하러 세계에서 몰려오는 의학 선진국인데 도대체 어째서 국민건강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돼온 것일까?​

음식이 몸이요, 마음(食卽身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없다’란 명언을 남겼다. 내가 먹은 게 내 몸이 되고 또한 내 마음이 된다. 나쁜 음식을 먹으면 건강이 나빠지고 뇌세포가 기능을 못해 두뇌는 물론 마음까지도 망가진다. 반면, 불안하거나 나쁜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거꾸로 몸이 망가진다.

집집마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건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 요즘처럼 과도한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암이나 만성병, 정신질환 등엔 서구 유물론을 바탕으로 둔 현대 의학의 효능이 그리 신통치 않다. 특히 한국은 비만의 제국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불릴 정도로 신자유주의 주도국인 미국을 따라가며 초고속으로 경제성장을 이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돈, 즉 물질을 독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결국 한국을 헬조선·오징어 게임 지옥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음식도 통밀을 주로 먹는 독일 등 유럽과는 반대로 패스트푸드 천국이자 비만의 제국 미국을 따라가 과대가공한 흰 밀가루, 백미, 백설탕, 백소금, 정제 식용유 등으로 만든 초가공식품을 주로 먹는다.

초가공식품이란 당분이나 전분, 지방질 등 칼로리 외에는 다른 영양소가 거의 없는 염증성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바로 빵, 라면, 흰쌀밥, 흰떡, 과자, 아이스크림 등 우리가 매일 먹는 가공식품류이다.

이는 모두 마그네슘 등 미네랄과 식이섬유 파이토케미컬 등 영양소가 절대 부족하고 고칼로리 가공식품위주의 식생활로 인한 대사질환과 대장질환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식품대기업과 경제 살리는 일에만 치우친 결과로 사료되며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 건강을 우선 돌보는 홍익국민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코로나 사망률, 선진국이 높은 이유

3년 전 중국 우환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진 코로나도 사실은 과학기술로 탄생한 산업문명이 그 근본 원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의 한 연구실에서 처음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졌고 중국의 우환바이러스 연구소로 아웃소싱되었다는 과학적 논문도 발표되었지만 언론은 음모론으로 몰아갔다. 어쨌든 전염성 야생 바이러스가 개발로 인한 원시림의 파괴로 박쥐 등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야생동물들이 숲의 파괴로 인간문명세계에 노출되면서 사람들과 쉽게 접촉하게 되었다.

또한 도시화로 사람 간 접촉 또한 빈번해 졌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바이러스를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에도 날라다 퍼뜨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죽는 사람들은 의료혜택이 모자라고 식량부족으로 아사자 들이 상시로 발생하는 가난한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 저개발국가 사람들이 아니다. 고도의 과학이 발달한 서방 선진국들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에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저 질환자 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저질환이란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과 알레르기, 천식, 신부전증, 암 등 염증성 질환으로 근대적 산업화 이전 시대엔 드물었던 현대 문명병이다. 당뇨와 심혈관질환은 코로나19가 중증이 될 확률이 평균의 10배, 비만은 3배인데 게다가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7배라고 한다.

따라서 당뇨와 심혈관질환에 걸린 노인들은 중증 확률이 70배나 되니 코로나에 감염되면 매우 위험환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런 기저질환자 들은 다행히 살아나더라도 알콜중독, 감염, 뇌졸중 등으로 인해 냄새 등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불면, 환청, 기억력과 집중력 감소, 섬망증, 만성피로, 폐기능 장해, 심장과 동맥경화, 탈모와 반점 등 그 후유증이 일생을 간다.

이러한 기저질환의 주범은 바로 ‘고열량·저영양의 가공식품’들의 일상적 섭취이다. 패스트푸드나 간편마트푸드 등 가공식품들은 미네랄, 식이섬유, 항산화제 등 필수영양소 부족으로 장기간 섭취시 신진대사가 약화되고 염증이 쉽게 퍼져 인체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다.

한 예로 만병의 원인이라는 비만에 걸린 환자들은 코로나19에 훨씬 취약하다. 얼마 전 미국국립과학원보에 발표된, 33만4329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입원확율이 체중이 정상(BMI 20~25)수준인 사람들은 10만 명당 12.4명, 과체중(25~30) 19.1명, 비만(30~35) 23.3명, 35 이상의 고도비만일 경우엔 42.7명으로 위험도가 증가했다.

사망할 확률도 비만인이 평균보다 절반 정도 더 높았다. 비만인 들은 폐활량이 제한되고 혈전이 쉽게 생길 뿐 만 아니라 과다한 지방세포가 면역세포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 치유를 위해서는 영양부족 상태의 가공식품들을 버리고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거친 자연식품을 주식으로 바꾸는 식생활 개선을 통한 문명의 대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골지역마다 한식 전통 마을 공동체를 되살려 도시와 연결시키는 일이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필자가 20여년 전 2002년 1월25일 한 일간지에 발표했던 ‘식생활십계명’으로 ‘식품치료십계명’이기도 하다.

‘식생활 십계명’

하나, 감사하며 먹는다

둘, 골고루 통째로 먹는다

셋, 싱겁게 먹는다

다섯, 적게 먹고 안 남긴다

여섯, 채식을 늘린다

일곱,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여덟, 우리 발효식품을 즐긴다

아홉, 화학 조미료를 안 쓴다

열,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을 피한다

[출처] ‘음식이 몸이요 마음이다’-월간환경기술 '건강과 상식' 연재|작성자 노래하는 환경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