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역사기행] 꿈바라기

윤명철 승인 2023.09.24 17:48 의견 0
윤명철 역사학자, 해양학 교수 [사진=더코리아저널]

[윤명철 역사기행] 꿈바라기/

꿈꾸자.

청빛 하늘 미리내 위로 자맥질하며

떠내려가는 묵은 갈이파리.

숲 길, 걸거무레한 흙 속에 숨긴

솔가루 묻힌 눈송이 같은 버섯.

늦 밤녘, 반 쯤은 사그라진 반달 곁을

어미처럼 배회하는 개밥바라기.

오뉴월 새빨간 장미꽃 몇 잎 따

애오이색 얼굴에 분처럼 붙인 어린 새악시.

거친 세상에 분주한 발 자욱들 내다가

불현듯 고개 쳐들고

하늘 보는 눈길에 걸린 내 모습.

이런 것들 꿈꾸자.

남들은 잘도 견디는 이 삶

못 견딜 바람처럼 흔들어대면.

꿈.

아름다운 갖은 꿈들 꾸어가며

날 다독거려가자.

그 날이 올 때까지

늘....

2000년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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